갈라치기 정치 vs 대안 제시의 정치, 한국 정치의 나아갈 길

지난 23일 2차 대선토론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 즉 '갈라치기'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필자는 그 토론을 지켜보며, 성별, 세대, 지역을 쪼개어 표를 긁어모으려는 이 얄팍한 전략이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병들게 하는 치명적인 독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 우리는 이 갈라치기 정치의 끔찍한 민낯을 똑바로 보고, '대안 제시의 정치'라는 해독제를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갈라치기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 애민정신 실종과 정치공학의 합작품

갈라치기 정치의 전형적인 사례들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우리가 익히 보아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내세웠던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 징병제 논의는 젊은 남성들의 불만을 자극하여 즉각적인 지지를 얻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남녀 간의 깊은 골을 만들고 서로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이는 애민정신이 사라진 자리에 '정치공학'이라는 냉정한 계산이 들어선 결과이다. 국민의 삶을 진정으로 개선하려는 고민 대신, 특정 집단의 불만을 자극하여 손쉽게 표를 얻으려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 '세대포위론'이라는 기묘한 논리는 2030세대와 6070세대를 묶어 4050세대를 포위한다는 발상으로 세대 간 불신을 키웠다.

각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기는커녕, 경쟁하고 반목하는 구도를 심화시켰다. 호남 지역에서의 "표를 분산하라"는 발언은 어렵게 봉합되어 가던 지역 갈등의 불씨를 다시 지피며, 통합보다는 분열의 메시지를 던졌다. 단기적으로는 지지자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남녀 불신, 세대 반목, 지역주의의 부활이라는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했다. 이런 정치적 행위가 과연 단순히 지지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감을 약화시키고 불필요한 적대감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한때 청년 간담회에서 "일부 청년은 극우화됐다"는 발언으로 청년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본래 의도가 무엇이었든, 정치인의 발언은 그 자체로 막대한 파장을 일으키며, 상대를 '극단'으로 몰아세우는 언어는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언어는 특정 집단을 비정상적이거나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음으로써, 그들과의 대화와 소통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응원봉으로 '빛의 혁명'을 주도하며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극우화'라는 오해가 점차 풀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갈라치기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전반에 스며든 위험한 유혹이며,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이다. 국민을 편 가르고 서로에게 적대감을 심는 정치가 과연 민주주의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러한 갈라치기 정치는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대안 부재'에서 비롯된다. 복잡한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보다, 손쉬운 갈등 조장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비겁한 선택인 것이다.

갈라치기 정치의 궁극적 대가: 무너지는 사회적 신뢰와 발전 동력

갈라치기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적을 만들어 아군을 결집시키는 데 있다. 상대방을 '우리와 다른 사람',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면 편을 모으기는 쉬워진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가 반복될수록 사회는 깊은 균열에 빠지고, 공동체 내부의 신뢰는 무너져 내린다. 정치적 반대자를 단순히 '틀린 사람'이 아닌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는 순간, 합리적인 토론과 건설적인 비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감정적인 대립만이 사회 전체를 집어삼키게 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대화와 타협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결국 공동체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는 정책 결정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의 손실을 야기하여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 동력을 저해한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얻어낸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이 우리 사회의 장기적인 손실을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대안 제시의 정치, 통합의 미래를 향하여: 이제는 제대로 된 정치를 보여줄 때

이제 우리는 갈라치기 정치의 늪에서 벗어나, '대안 제시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부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정치가 절실하다. 성별 갈등에는 남녀가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세대 갈등에는 각 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통합하여 사회 전체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지역 갈등에는 균형 발전을 위한 실현 가능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대안은 단순히 추상적인 구호나 말잔치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연구와 시민 사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된 구체적인 정책과 명확한 실행 계획을 담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지원책을 넘어 산업 구조 개편과 교육 시스템 혁신을 포함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저 "일자리 만들겠다"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구체성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사회적 동력을 결집하는 데 필수적이다.

대안 제시의 정치는 갈등을 무조건 피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 내에서 갈등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의 충돌로 인해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해결하려는 정치인의 태도이다. 편을 가르기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며,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은 이러한 통합의 정치를 요구해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거울이다. 그러니 우리는 더 이상 자극적인 구호나 편 가르기에 현혹되지 말고, 어떤 정치를 선택하고, 어떤 정치인에게 지지를 보내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내 편'만 들지 말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정치를 선택해야 한다.

시민의 선택이 만드는 더 나은 미래

한국 정치에 묻는다. 당신들은 더 많은 갈등을 조장하여 사회를 분열시킬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통합의 길을 준비할 것인가? 시민들은 이제 그 질문에 표로 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답은 명확하다. 바로 대안 제시의 정치, 통합의 정치에 있다. 우리는 분열이 아닌 화합, 대립이 아닌 협력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더욱 성숙하고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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