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실천적 지혜': 취임 8일, 속도와 우선순위의 리더십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강조한 프로네시스(Phronesis)는 단순한 이론적 지식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실천적 지혜'를 의미한다. 이는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와 예측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무엇이 선하고 옳은지 분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행동 방안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특히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충돌하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치 지도자에게는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 이러한 프로네시스가 필수적이다. 정보 과부하와 진영 논리가 만연한 시대에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을 찾기 위해서는, 깊은 통찰과 함께 현실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절실하다. 취임 8일째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바로 이러한 프로네시스, 특히 당면한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에 기반한 속도감 있는 우선순위 설정이 돋보인다.
프로네시스: 위기 속 리더의 나침반이자 조타수
프로네시스는 마치 안개 낀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에게 필요한 나침반과 조타수의 역할이 결합된 것과 같다. 수많은 정보와 상충하는 요구사항 속에서 무엇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지를 판단하여 목적지까지의 최적의 경로를 찾는 능력이다. 이는 단순히 이념이나 개인적 선호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근거와 현실적 판단력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하며, 다양한 가치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고도의 역량이다. 즉, 빠른 속도를 내는 것만큼이나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가장 먼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실행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리더가 프로네시스 없이 맹목적으로 속도만을 추구한다면, 이는 목적 없는 질주가 되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되,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프로네시스를 갖춰야 한다. 이 실천적 지혜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8일, 구체적 사례로 본 '우선순위'와 '속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민생경제 회복'과 '국정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구체적이고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리더십은 다음 사례들에서 두드러진다.
- 취임 직후 '비상경제대응TF' 즉시 가동: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민생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천명하며,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생계 부담, 고금리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부채 증가, 그리고 고환율로 인한 수출입 환경의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단순한 구호나 추상적인 정책 방향 제시가 아닌, 실제적인 대응 체계를 임기 시작과 동시에 구축함으로써 이론적인 논의를 넘어선 실질적인 위기 관리 능력을 드러냈다. 이는 프로네시스가 보여주는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방증하며, 문제 발생의 즉각적인 해결을 넘어 미래의 잠재적 위험까지 고려하는 선제적 리더십을 보여준다.
- '국정기획위원회' 신속 출범 및 국정과제 설정 속도: 이재명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하는 특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취임 다음 주 초 '국정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켜 앞으로 5년간의 국정 청사진을 담을 핵심 국정과제 설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는 단기적인 위기 대응과 동시에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 방향을 조속히 확립하여 정책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통상 인수위 기간 동안 국정의 큰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신속한 국정기획위 출범은 임기 초 국정의 틀을 빠르게 잡고 각 부처가 나아갈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며,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줄여 정책 추진력을 극대화하는 프로네시스적 접근이다. 이는 단순히 빠른 일 처리 속도를 넘어,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 한국거래소 첫 외부 공식 방문을 통한 시장 투명성 강조: 취임 8일차에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하여 시장 감시 위원회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불공정 거래와 주가 조작 같은 행위를 "폐가 망신할 일"로 규정하며, 시장의 투명성 회복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는 대선 공약이었던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한 첫 단추로,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내 주식 시장이 활성화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프로네시스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 아니라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메시지는 단순히 투자를 독려하는 것을 넘어,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민생 경제 회복의 중요한 축이 금융 시장의 건전성에 있다는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지혜의 사례이다.
-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 표방: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과거의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오직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그 출처를 불문하고 과감하게 수용하고 추진하겠다는 유연하고도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는 진영 간의 갈등과 소모적인 논쟁이 만연한 현대 정치에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집중하려는 리더의 의지를 드러낸다.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통합하고, 경직된 사고방식을 탈피하겠다는 프로네시스의 핵심적인 자세이다. 이러한 접근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더 넓은 공감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국가의 적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실천적 지성,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초 행보는 프로네시스가 단순히 지식의 나열이 아닌, 실제 생활 속에서 올바른 행동과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덕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빠르고 명확한 판단력, 그리고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를 선별하고 집중하여 추진하는 능력은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이는 국민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결국 프로네시스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을 넘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해 과감하게 행동하는 리더십의 본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보여줄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한 국정 운영이 대한민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