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메시스와 인생 이야기의 재발견

“내 삶을 쓰는 것은 내 영혼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자서전 쓰기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재현하며,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신과의 관계를 탐구했다.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mimesis) 원리를 완벽히 구현하며, 현대 자서전 쓰기에 깊은 영감을 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이야기가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요소—미소스(줄거리), 에토스(인물), 디아노이아(주제), 옵시스(무대 장치), 멜로스(음악), 그리고 카타르시스(정서적 해소)—는 어거스틴의 고백록에서 잘 드러난다. 이 여섯 가지 요소는 자서전 쓰기에서 개인의 삶을 예술적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삶의 줄거리: 미소스(Mythos)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그의 방황과 회심이라는 강렬한 줄거리로 전개된다. 젊은 시절 쾌락과 허무 속에서 방황하던 그는 어머니 모니카의 기도와 철학적 탐구를 통해 신앙으로 돌아오게 된다.

“내 영혼은 당신을 찾기까지 불안했습니다.”

이러한 줄거리는 단순히 개인의 회고를 넘어,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준다. 미소스는 자서전의 뼈대이자, 독자와의 정서적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

개성 있는 인물들: 에토스(Ethos)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자신의 성격과 주변 인물들을 생생히 묘사한다. 특히 어머니 모니카의 경건함과 헌신적인 사랑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어머니는 밤낮으로 저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신 앞에서 힘을 잃지 않았습니다.”

모니카와 어거스틴의 관계는 단순한 가족 이야기를 넘어, 신앙과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토스는 자서전에서 인물의 개성과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이다.

삶의 메시지: 디아노이아(Dianoia)

어거스틴의 자서전은 단순한 개인적 고백이 아니라,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주제는 “진리를 찾는 여정”이다.

“나는 진리를 사랑했으나, 진리가 아니었던 것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신앙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목적과 본질을 보여준다. 디아노이아는 자서전을 단순한 이야기에서 철학적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시각적 연출: 옵시스(Opsis)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장소와 환경을 생생히 묘사하며 독자들을 그 시대로 데려간다. 그의 방황이 시작된 카르타고와 신앙의 전환점이 된 밀라노의 정원을 묘사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남긴다.

“그 정원은 평화로웠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전쟁터였습니다.”

이처럼 옵시스는 자서전에서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스(Melos)

어거스틴은 회심의 순간을 묘사하며 “들고 읽어라(Tolle lege)”라는 아이의 목소리를 언급한다. 이 청각적 요소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는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그 소리를 듣고 로마서를 펴 읽었을 때, 나는 드디어 평안을 찾았습니다.”

멜로스는 자서전에 감정적 깊이를 더하며, 독자들에게 더 큰 몰입감을 제공한다.

정서적 해소: 카타르시스(Catharsis)

어거스틴의 고백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정서적 해소를 준다. 그는 자신의 죄를 솔직히 고백하며, 이를 통해 신의 은혜를 찬양한다.

“당신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을 것입니다.”

카타르시스는 자서전이 독자들에게 단순히 읽는 경험을 넘어, 정서적이고 영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요소다.

“자서전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세상과 공유하는 강력한 도구다.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자서전 쓰기가 개인의 성찰을 넘어, 현대 문화의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재 예고]
다음 회에서는 ‘디아노이아: 삶의 철학을 발견하는 법’을 주제로, 어거스틴의 고백록에서 주제를 설정하고 전개하는 방법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