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주주의와 K-문화의 공명: 공정한 번영을 향한 한국적 모색

대선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앞두고 후보들이 제시하는 비전은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난 12월 3일부터 다음 해 6월 3일까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경제 5단체 등과 소통하며 역설했던 'K-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 시스템 논의를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공동체가 지닌 문제의식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특히 그의 'K-민주주의'는 경제적 불평등 심화, 기회 불균형,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문제 등 한국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구조적 문제들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해결하고, 모든 국민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누리는 '공정한 번영'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민주주의가 정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국민의 실생활, 특히 경제적 삶의 질과 직결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반영된 개념이었다.
이 시기 이 후보가 'K-민주주의'의 실현 방안으로 제시했던 정책들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이나 기본자산과 같은 논의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양극화와 경제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보장하려는 시도였다.
이는 오늘날 많은 한국인이 느끼는 경제적 좌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지점이다. 또한, 재벌 개혁과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대한 강한 의지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아 경제 주체들 간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노동이사제 도입 주장 등 노동 존중과 노동권 강화 목소리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더 많은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K-민주주의'의 실천 방안이었다. 이러한 정책들은 한국 사회의 아픔과 모순을 직시하고 이를 개혁하려는 정치적 의지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수년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문화'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K-팝, K-드라마, K-영화 등 K-문화가 국경을 초월하여 사랑받는 기본 취지 또는 정신은 바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이를 보편적인 감수성으로 승화시키는 데 있다. 영화 '기생충' 이 한국의 계층 간 격차와 빈부 격차 문제를 다루면서도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듯, 혹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 극한의 경쟁과 채무에 시달리는 개인들의 절망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듯, K-문화는 한국 사회의 어둡고 치열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또한, K-팝 아이돌들의 땀과 눈물로 점철된 성장 서사, 전통과 현대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역동성과 창의성, 그리고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참여적인 문화 역시 K-문화의 핵심적인 힘이다. K-문화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한국 사회의 '진짜' 이야기를 담고, 그 이야기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라 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12월 3일에서 6월 3일 사이에 제시한 'K-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K-문화의 기본 취지와 깊이 맞닿아 있다고 해석된다. 그의 'K-민주주의'가 한국 사회의 '불공정'이라는 가장 민감하고 첨예한 현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이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 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세계와 공감하는 K-문화의 방식과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이 극심한 경제적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은 비록 극단적이지만, 한국 사회의 많은 개인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정성을 상징한다. 이 후보가 제시한 기본소득, 기본자산 논의는 이러한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경제적 존엄을 지키려는 정치적 시도이며, 이는 문화 콘텐츠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현실 문제에 대한 정치의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기득권 중심의 불공정 시스템에 맞서 개혁을 추진하려는 그의 역동적인 정치 스타일은 K-문화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성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과 맥이 통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정치 과정에서 나타난 직접 소통 시도와 지지층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는 K-팝 팬덤 문화와 유사한 정치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12월 3일에서 6월 3일까지 제시한 'K-민주주의'는 단순히 제도 개선을 넘어 한국 사회의 아픈 현실(특히 경제적 불공정)을 직시하고, 역동적인 개혁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며 '공정한 번영'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시도였다. 이는 한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솔직함과 역동성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K-문화의 기본 취지와 일정 부분 궤를 같이 한다. 정치와 문화라는 다른 영역이지만, 둘 다 한국이라는 특수한 토양 위에서 발현되어 현실을 담아내고 대중과의 연결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다는 점에서 '한국적' 모색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K-민주주의'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모두를 위한 공정한 번영'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으며, 이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정치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