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의 'Imagine': 불편한 진실,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

존 레논의 'Imagine'은 수십 년째 전 세계인의 플레이리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명곡이다. "Imagine there's no heaven,"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magine no possessions." 이 단순한 가사들이 왜 그토록 강력한 울림을 주며,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로 다가올까? 나는 이 노래가 인류가 저지르는 거의 모든 비극의 근원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는 단순한 낭만적인 상상이 아니라,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관통하는 통찰을 담고 있다. 특히, 21세기에도 여전히 종교적 광기, 국가 간의 첨예한 대립, 그리고 물질적 탐욕이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불평등을 야기하는 현실을 볼 때, 'Imagine'은 단순한 노래를 넘어선 하나의 준엄한 경고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도 같다.
레논은 1968년의 시대정신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인류를 끊임없이 전쟁과 갈등으로 몰아넣는 세 가지 치명적인 독소를 정확히 간파했다. 바로 **종교, 국가주의, 그리고 소유(자본주의)**이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의 본성 깊숙이 자리 잡은 욕망과 집단적 광기가 결합하여 빚어내는 파괴적인 힘이다.
종교적 배타성과 '천국'의 허상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보라"는 말은, 특정 종교적 신념이 야기하는 배타성과 광기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게 했는지를 직시하라는 준엄한 요구이다. 십자군 전쟁의 잔혹함, 마녀사냥의 광기, 그리고 21세기에도 끊이지 않는 종교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와 학살은 '신'의 이름으로 벌어진 인간의 야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갈등, 혹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자행하는 무차별적인 폭력은 종교적 신념이 어떻게 증오와 폭력의 명분이 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종교적 도그마는 때로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다른 믿음을 가진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며, 심지어는 '천국'이라는 허황된 약속으로 현세의 고통과 불의를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종교가 낳는 차별과 폭력
더 나아가, 종교는 단순히 전쟁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회 내부의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과학적 진보를 가로막고,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며, 특정한 가치관만을 절대시하여 다양성을 말살하려 드는 폭력성 역시 종교적 배타성의 그림자이다. 레논이 '천국이 없다'고 상상하라는 것은, 내세의 보상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를 버리고,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평화로운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는 강력한 촉구이다. 레논의 상상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님을, 오히려 인류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꿰뚫어 보는 예언과 같음을 증명한다.
국가주의와 '국경'의 비극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보라"는 구절은 민족주의와 국수주의가 낳은 비극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지도 위에 그어진 국경선이라는 허상 뒤에 숨어 '우리'와 '남'을 갈라 서로를 적대하고, 심지어는 말살하려 드는 어리석음은 인류 역사의 반복되는 비극이다.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쟁탈전,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냉전 시대의 대리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무력 충돌의 본질은 결국 '국가'라는 이름의 집단 이기주의가 빚어낸 참극이다.맹목적 국가 숭배의 위험성
국가주의는 때로 애국심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며, 인류 보편의 가치보다 자국의 이익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만든다. 이러한 맹목적인 국가 숭배는 배타적인 민족 우월주의로 이어져 인종 청소와 같은 극단적인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또한, 국가 간의 불신과 경쟁은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방해하며, 결국 모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레논은 국경 없는 세상을 상상함으로써, 우리가 '인류'라는 더 큰 공동체의 일원임을 깨닫고, 국가라는 틀에 갇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의 탐욕
그리고 "소유가 없다고 상상해 보라"는 가사는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인간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한 경고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 끝없는 경쟁, 그리고 이로 인해 심화되는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은 '소유'라는 이름의 탐욕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노동의 주체가 아닌 생산의 도구로 전락하고, 자연은 착취의 대상이 되며, 심지어 인간관계마저도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비극이 벌어진다.소유 집착이 낳는 사회적 병폐
소유에 대한 집착은 개인의 불안과 불행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불화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범이 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는 단순한 물질적 축적을 넘어,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끊임없는 소비를 부추겨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가속화한다. 광고와 미디어는 '더 많이 소유할수록 행복하다'는 환상을 심어주며, 사람들을 끝없는 욕망의 수레바퀴에 묶어둔다. 레논이 '소유가 없다'고 상상하라는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만족과 공동체적 유대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고,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하며, 탐욕 대신 나눔의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꿈꾸라는 메시지이다.
'상상'이 필요한 시대의 윤리적 과제
레논은 우리에게 그저 '평화로운 세상'을 막연히 꿈꾸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평화를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벽들을 직시하고, 그것들이 없는 세상을 적극적으로 상상하라고 요구한다. 종교적 도그마를 넘어선 관용과 이해, 국경을 초월한 인류애와 보편적 연대, 그리고 물질적 가치보다 더 소중한 공동체의 가치와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상상하는 것. 이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이 복잡하고 위험한 세상을 헤쳐나가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지적이고 윤리적인 상상력이다.상상력의 실천과 변화의 시작
이러한 상상력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기득권의 저항과 오랜 관습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가치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Imagine'은 우리에게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것을 넘어,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이러한 상상을 실천하고,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내라고 촉구한다. 그것이 바로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삶'을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